패러다임의 전환, IT산업의 새로운 변화
2004년 0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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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홈이 차세대 대안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PC업계 등 IT 분야의 기업들이 디지털 가전시장으로의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오랜 침체국면을 겪었던 PC업체들에게는 호기로 받아들여지면서 이미 주요 PC 메이커들의 대부분은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제품개발에 착수한 상태이고 야마하 등 전통적인 오디오 전문기업들은 PDP TV를 자사 브랜드로 출시했으며, PC나 서버 제품을 주로 판매하던 Dell, HP, 게이트웨이, 모토로라 등이 LCD와 PDP 기반의 중대형 평면 TV를 내놓는 등 가전시장의 경쟁대열에 본격 합류했다. 저렴한 가격과 막강한 유통시스템을 앞세운 PC업체들의 가전시장 공략은 기존 가전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TV와 PC를 연결하는 미디어 리시버 등과 같은 전혀 새로운 퓨전형 디지털 가전시대로의 이전을 더욱 촉진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않다. 따라서 PC업체들과 IT기업들의 가전시장으로의 진출을 단순한 시장확대를 위한 텃밭넘보기라 보기에는 어렵다. 이미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의 발전과 상용화가 가속화 됨에 따라 가전제품과 정보기기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다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른 산업기반 자체가 변화의 흐름에 올라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PC업체들의 가전시장 진출이 전통적인 가전제품에 대한 정면대응을 통한 나눠먹기식 경쟁이 아닌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장창출의 기회로 활용한다면 전자산업계에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C업체들의 진출 가속 PC업계의 대표주자인 Dell은 LCD TV를 필두로 가전시장 진출을 이미 공식화 했으며, 올해 17인치 LCD TV 시장에서 699억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또한 향후에는 PDP TV를 비롯해 프로젝션 TV, 홈네트워크 서비스 등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모토로라는 홍콩의 모니터 선두 제조기업인 Proview와 손잡고 지난해 10월 평면 TV 시장 진출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함께 지난 2002년 12월부터 PDP TV를 판매하고 있는 게이트웨이는 채 1년이 되기도 전에 미국 PDP 시장 기준 마켓점유율 10%를 상회하면서 이미 성공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게이트웨이의 성공은 무엇보다도 디지털 컨버전스의 확산, 디지털 TV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 제고 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유통채널 상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PC업체들은 자신들의 직판체제를 무기로 평면 TV 시장에 저가경쟁으로 초기 진입을 서둘러왔다. 전통적인 PC업계의 수익률이 8~15%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저가전략을 구사하더라도 평면TV 시장은 이들 PC업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패널가격이 지속적인 하락추세에 있는데다 평면TV 시장이 확대되면서 가격인하가 현실화되면 PC 업체들이 ‘강력한 유통채널’이라는 무기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가격경쟁 만으로 이 첨예한 가전전쟁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이미 26~30인치 평면TV 가격이 2002년 6,700달러에서 지난해말 3,200달러로 떨어졌고 올 연말에는 1,800달러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IT업체의 가전시장 진출에 대해 “새 진입자의 증가에 따라 시장매력도가 다소 감소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SCM, 구매 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한 IT 채널 판매로 치열한 가격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하고 “하지만 가전제품의 가격은 IT제품에 비해 3배 이상의 고가인데다 기존 TV 시장의 강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화질개선 알고리즘 등 기술 노하우 등은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벽이 아니다.”며, IT 업체의 가전시장 진출은 그리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IT와 가전 브랜드는 상반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소비자들의 특성 또한 체험 및 감성 중심의 구매패턴을 가지고 있어서 브랜드를 쉽게 넘나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가전업체들도 지속적으로 기술개발 등을 통한 차별화를 강화하고 있으며, 혁신적인 원가절감 및 SCM 체제의 고도화를 통한 지속적인 가격경쟁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하고 “최근에는 메이저 유통업체들과의 전략적인 협력 강화를 통해 IT업체의 시장진출에 대한 공동 대응으로 최대한 IT업체의 시장진출 속도를 늦추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홈의 주자는? PC 업체들의 가전시장 진출은 이미 지난 90년대 중반 쌍방향 TV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온라인 통신이 가능한 새로운 TV가 개발되면서 한번 시도된 적이 있었다 당시에 PC와 TV의 융합이라는 기술적 전제를 두고 많은 기업들이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시기상조로 판명이 났다. 게이트웨이나 컴팩컴퓨터 등 일부 PC 업체들은 PC와 TV를 결합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WebTV를 4억2천5백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러한 컨버전스 제품을 집안에 들여오기에는 여러 가지 기반환경의 미숙 등 어려움이 많았고 PC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다시 PC업체들은 제자리로 돌아가고 말았다. 가전업계 전문가들은 PC 업체들의 가전시장 공략 전략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혁신적인 고급제품이 시장우위를 누리는 기간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데다 PC 마켓과는 달리 가전시장은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당시와는 많이 다르다. 이미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의 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홈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홈이 현실화되면서 PC와 TV 등 가정내의 가전제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디지털 컴퓨팅 기술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고 디지털 홈을 겨냥한 다양한 컨버전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제품 개발이 줄을 잇고 있다. 이제 가정내의 혁명은 TV와 PC의 새로운 변화로 시작될 것이다. 기존에는 거실에서 볼 수 없었던 제품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가전분야의 일대 혁명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PC업체들과 가전업체 모두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주의깊게 보아야 한다. 실제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가전업계는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30~40% 수익률은 옛말이 됐으며 몇년전까지만 해도 수백달러에 팔리던 DVD 플레이어가 이제는 40달러 이하에 판매되고 있다. 많은 가전 제품이 일반화되면서 가전업계 전반에 걸쳐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가전업체는 물론 PC업체들 또한 스스로가 자기영역 안에서의 변화를 먼저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컨버전스 영역으로 진화하는데 있어서 PC영역의 기술과 가전기술이 조화롭게 발전적으로 협력해 나간다면 소비자의 마음을 매혹하고 전자산업의 재부흥을 주도하는 최고의 기회를 포착하게 될 것이다. PC 자체의 변화가 기회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올 후반에 이르러 데스크탑 PC의 형태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이와 관련하여 PC 업계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서플라이는 이러한 변화가 하드웨어와 인터페이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것이며, 이는 PC의 형태와 개념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변화시키는 혁신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된 PC업계의 변화는 미디어 서버 PC를 비롯한 멀티미디어 PC, 홈서버용 PC 등 차세대형 제품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본격적인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BTX(Balanced Technology Extended) 인터페이스 기술을 비롯해 PCI Express와 Serial ATA 등 새로운 데스크탑 기술을 기반으로 한 PC의 혁명은 소형화, 저소음/저전력화 등을 기반으로 거실 안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PC 형태의 변화는 디지털 홈, 디지털 컨버전스 경향에 적극 부합하여 PC업계에 강력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PC시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PC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긍정적 요소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가트너는 올해 전세계의 PC 선적량이 1억8천7백만 유닛에 도달, 14% 증가할 것이며, 수익률도 9.5%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발표한 한국 IDC의 전망치에서도 국내 PC 시장이 3년만에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이제 PC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생존의 핵심열쇠를 확보하기 위한 냉철한 자기노력이 필요하다. 가전시장으로의 진출이 단순한 매출보상이라는 차원이 아니라 다가올 디지털 홈의 그라운드에서 TV나 DVD 리코더, 셋톱박스, 비디오 게임 콘솔 대신 컴퓨팅 기술을 통해 그 중심에 설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컨버전스가 희망 PC 및 IT 업체들의 가전시장으로의 진출의 근원적 배경에는 디지털 컨버전스가 핵심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전자산업 전 분야에 걸쳐 컨버전스와 융합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산업간, 제품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 동안 기능이나 용도에 따라 영토가 확실히 구분되었던 컴퓨터, 가전, 통신 및 게임 등의 경계는 모호한 의미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이동전화 단말을 통해 대용량의 정보 송수신이 가능해진데다 초고속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가전기기, 통신기기, PC 등 기존 정보기기의 고유경계는 사라지고 신개념의 단말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PC와 통신이 융합된 PDA, TV와 통신이 통합된 인터넷 TV, 그리고 이동전화 단말과 PC가 결합된 스마트폰 등 각종 컨버전스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제 조만간 전통적인 산업 구분법도 재검토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 산업 분야별로 현재 겪고 있는 진통은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희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PC업계는 물론이고 가전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홈 네트워킹, 유비쿼터스로 이어질 미래에는 지금과 같은 승자와 패자의 구도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PC업계의 포스트 PC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나 가전시장 진출전략도 컨버전스 시대의 변화에 대비한 전략이 되어야 한다. 또한 언제든지 통신, 게임, 가전업체들 간에서도 이러한 영역침범의 논란을 가져올 미래형 컨버전스 제품 및 기술개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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