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필터 버블(Filter Bubble)’ 깨부수기
2024년 0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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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매트 캠벨(Matt Campbell), 마우저 일렉트로닉스(Mouser Electronics) 테크니컬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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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 발명이 “정보의 시대”를 열었다면, 인터넷 발명은 '정보 포화의 시대'를 열었다. 조사에 따르면, 2024년에 전세계가 날마다 147 제타바이트(zettabyte)의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복제 또는 소비하고 있다.[1] 


제타바이트는 1조 기가바이트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날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업로드 및 다운로드하고, 스트리밍하고,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소유하기 전이었던 2008년 조사에서는 미국인들 각자가 텔레비전, 웹 서핑, 라디오, 그 밖에 전광판이나 전단지 같은 일상적인 모든 것들을 통해 매일 34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2] 


1980년 ~ 2008년까지 데이터 소비는 해마다 5.4퍼센트씩 증가했다. 2007년에는 최초의 아이폰이 출시되었으며, 우리의 정보 소비량은 2008년 수치를 넘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우리 모두가 주머니 속에 슈퍼컴퓨터를 가지고 다니는 셈이다.


제타바이트 더미 속에서 바늘 찾기


현재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우리의 능력으로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우리가 평생 동안 서핑을 해도 남을 만큼 많은 웹들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인터넷 상의 알만한 회사들은 우리의 온라인 경험을 큐레이션하는 것을 통해 가치를 제공한다. 여과되지 않은 콘텐츠들을 무작정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 사이트나 검색 엔진들이 우리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콘텐츠들을 맞춤화하는 것이다. 


유튜브를 예로 들어보자. 유튜브에는 볼링 관련 영상 콘텐츠가 엄청나게 올라와 있다. 그런데 어떤 사용자가 볼링 영상보다는 팝 뮤지션 관련 영상을 즐겨 보고 있다면,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 사용자의 피드로 볼링 경기나 그 밖에 다른 수천 가지 주제와 관련한 콘텐츠들은 잘 보여주지 않는다.  


온라인 경험의 이러한 자동 큐레이션은 '당신만의 모험을 선택하세요(Choose Your Own Adventure)'라는 책과 비슷하다. 내가 콘텐츠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가 그 뒤에 이어질 나의 온라인 경험을 결정한다. 뮤직 비디오 위주로 영상을 시청하다 우연히 볼링 경기에 관한 동영상을 찾아서 시청해보라. 이제 알고리즘은 기꺼이 이 새로운 주제에 대한 당신의 관심을 계속해서 만족시켜줄 것이다.


초개인화된 온라인 경험의 단점은 우리가 더 이상 온라인 현실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우리가 동일한 웹사이트에 로그인해서 화제가 되는 동일한 콘텐츠를 보았으며, 그보다 더 전에는 사람들이 TV 앞에 모여서 여러 뉴스 채널 중의 한 채널로 뉴스 속보를 시청하곤 했다. 


이제는 우리가 온라인에서 취하는 모든 행동이 치밀하게 수집되고 있으며, 우리의 관심에 목말라 하는 앱과 사이트들은 어떻게 해야 우리가 자신들을 선택하게 만들지 알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관심 범위 바깥에 있는 주제들(가령 볼링 경기 같은)에 대해 접하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알고리즘이 우리를 새로운 주제와 관심에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존에 관심을 보인 주제와 관련한 콘텐츠들을 위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평소에 소비하는 것과 비슷한 콘텐츠들에만 노출되는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한다. 사이트와 웹들이 우리가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콘텐츠들을 필터링하면 결국 우리는 개인화된 버블 안에 갇히게 되고 그 속에서 볼링 경기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볼링 경기 말고 다른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나이트 에이전트(The Night Agent)를 시청했는가? 나이트 에이전트는 넷플릭스에서 2023년 상반기에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프로그램이지만, 이 프로그램을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들로서는 그게 그렇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놀라울 수도 있다.[3] 콘텐츠의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그들만의 버블을 넘어서 화제가 된다는 것이 이제는 거의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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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경험은 우리가 관심을 보이는 것을 치밀하게 큐레이션해서 보여주고 있으며, 

그 외의 알려지지 않은 세계를 도외시하게 되었다. (출처: Mariia / stock.adobe.com)



쌍방향이 된 콘텐츠 소비


우리가 콘텐츠를 볼 때 알고리즘은 우리를 목록화한다. 사람들은 구글이나 메타에서 자신에 관한 정보를 다운로드해볼 수 있다. 궁금하다면 메타에서 본인의 인스타그램 데이터를 요청해 보라. 잘 정리된 수십 개의 하위폴더들이 들어 있는 zip 폴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폴더에 들어가보면 그동안 자신이 읽었던 모든 포스트, 전송하거나 수신했던 모든 메시지, 심지어는 자신이 ‘관심 없음’이라고 표시한 포스트와 프로파일의 목록까지도 볼 수 있다. 


우리에 관한 데이터가 얼마나 많이 수집되고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었다. 일례로, 애플의 iOS 14.5 업데이트로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 기능이 2021년에 뉴스에서 크게 다루어지면서, 앱이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추적하도록 할 것인지 묻도록 하는 새로운 관행이 정착하게 되었다. 백엔드 분석을 보면, 전세계 iOS 사용자의 약 1/4만이 데이터 추적을 선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4]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은 EU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을 뒤따른 것이다. 이 규정은 다양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및 투명성 조항들을 도입하면서 2018년에 시행되었다.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웹사이트가 GDPR에 따라서 사용자의 쿠키 환경 설정을 묻는다. 데이터 수집 골드 러시는,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관해서 소비자에게 더 많은 입력이 주어지는 트랜잭션 시스템으로 성숙해지고 있다.


자신의 필터 버블 깨기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온라인 콘텐츠 서고를 분류하기 위해, 알고리즘은 우리의 과거 검색을 수집하고, 비슷한 사용자들과 비교하고, 관심 있어 할 만한 콘텐츠들을 제공한다. 온라인 경험을 큐레이팅하고 잡음을 여과하는 것은 유용하기는 하지만, 지나친 큐레이션은 우리 각자가 초개인화된 온라인 버블 안에 갇히도록 하고 우리의 지식과 세계에 대한 관점을 편협하게 할 수 있다.


손가락만 까닥하면 어떤 정보에나 접근할 수 있는 정보 뷔페의 유익함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정보 역시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건강하고 유익하다. 그러므로 자신의 접시에 정보적으로 유용하고 사고를 자극하는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남겨두고, 평소에 즐기지 않던 무언가 다른 것을 탐험해 보기 바란다. 그러면 여러분은 볼링 경기에 대한 자신의 숨겨진 열정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1] Taylor, Petroc. “Volume of data/information created, captured, copied, and consumed worldwide from 2010 to 2020, with forecasts from 2021 to 2025,” November 16, 2023.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871513/worldwide-data-created/.  

[2] Bohn, Roger E, and James Short. “Measuring Consumer Information,” January 2012.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87511578_Measuring_Consumer_Information.  

[3] Vega, Nicolas. “These are Netflix’s 10 most popular shows of 2023—‘Wednesday’ was No. 4,” December 14, 2023. https://www.cnbc.com/2023/12/14/netflixs-10-most-popular-shows-of-2023wednesday-was-no-4.html.  

[4] Balasubramanian, Manoj. “App Tracking Transparency Opt-In Rate – Monthly Updates,” May 2, 2022. https://www.flurry.com/blog/att-opt-in-rate-monthly-updates/. 



저자 소개

bf6bc2ac3614630f96d7443810ac8b6e_1714038343_7126.jpg  매트 캠벨(Matt Campbell)은 마우저 일렉트로닉스(Mouser Electronics)의 테크니컬 

  스토리텔러이다. 전공은 전기공학인데, 자신이 미적분보다는 언어에 더 뛰어나다는 것을 

  깨닫고 첨단 기술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펼쳐내는 일을 하고 있다. 

  사무실을 벗어나서는 콘서트에 가고, 야외로 나가고, 골동품을 수집하고, 

  노을을 촬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픽 /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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