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성장 속도도 기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엔비디아가 한 분기에 기록한 매출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의 2024년 연간 매출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확대되면서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시장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자문사 deVere Group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최근 분기 매출은 96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했다. 이미 분기마다 수백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이 불과 1년 만에 매출을 두 배 이상 확대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성장세다.
특히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890억달러로 117% 증가하며 전체 성장을 주도했다. 이는 TSMC가 2024년 한 해 동안 기록한 매출 882억6,800만달러를 웃도는 규모다. 사업구조가 서로 다른 두 기업의 실적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AI 컴퓨팅 시장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주목된다.
수요보다 공급이 성장 제약…AI 반도체 공급망으로 파급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다음 분기 매출을 1,080억달러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인 약 1,04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2028 회계연도까지 70%의 매출 성장을 전망했다.
deVere Group의 나이젤 그린(Nigel Green) CEO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거나 큰 규모를 갖추지만, 이 정도 규모에서 이 같은 속도로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능력이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AI 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실제 생산 가능한 하드웨어 공급량을 앞서면서 추가적인 성장 여력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 기업의 실적을 넘어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는 GPU뿐 아니라 첨단공정 파운드리와 HBM을 비롯한 메모리, 첨단 패키징, 고속 네트워킹, 전력 및 냉각 인프라 등이 함께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린 CEO는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형성된 성장 곡선이 관련 공급업체와 파트너, 고객사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하나의 종목이 아니라 AI 공급망과 생태계 전체를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