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이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첨단 로직과 메모리, 특히 고성능 컴퓨팅(HPC)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가 시장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전자 산업 공급망을 대표하는 산업 협회인 SEMI는 2025년 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이 1,351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1,171억 달러 대비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 처리 수요 증가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대 투자가 맞물린 결과다.
전공정과 후공정 전반에서 고르게 성장세가 나타났다. 전공정 분야에서는 웨이퍼 가공 장비 매출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으며, 기타 전공정 부문도 13% 성장했다. 첨단 공정 전환과 미세화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AI 워크로드를 처리하기 위한 고성능 칩 수요가 증가하면서 생산라인 증설과 장비 투자가 확대된 영향이다.
후공정 부문에서는 보다 가파른 성장세가 확인됐다. AI 디바이스 확산과 HBM 채택 증가로 테스트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테스트 장비 매출은 전년 대비 55% 급증했다. 또한 첨단 패키징 기술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조립 및 패키징 장비 매출 역시 21% 증가했다. 이는 단순 제조를 넘어 패키징과 테스트 단계까지 성능 경쟁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SEMI CEO 아짓 마노차(Ajit Manocha)는 "이러한 성장세는 AI가 첨단 반도체 수요를 가속화하면서 업계 전반에서 생산능력 확장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웨이퍼 팹 투자부터 첨단 패키징과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생태계가 차세대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중심의 투자 집중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2025년 중국, 대만, 한국의 장비 투자는 합산 기준으로 전체의 79%를 차지하며 전년 74% 대비 비중이 확대됐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은 493억 달러로 전년 대비 0.5% 감소에 그쳤지만 여전히 높은 투자 수준을 유지했다.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머츄어 공정과 첨단 생산능력 확대가 지속된 결과다. 대만은 AI 및 HPC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90% 증가한 315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 역시 HBM과 DRAM 중심의 투자 확대에 따라 26% 증가한 258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일부 지역에서는 투자 조정이 나타났다. 일본은 첨단 공정 투자가 이어지며 22% 증가한 95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유럽은 자동차 및 산업 수요 둔화 영향으로 41% 감소한 29억 달러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역성장을 보였다. 북미 역시 기존 투자 사이클 이후 속도 조정 국면에 들어서며 20% 감소한 109억 달러로 집계됐다. 기타 지역은 신흥 반도체 생산 거점 확대에 힘입어 25% 증가한 5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결과는 반도체 산업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장비 시장 역시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전공정 중심이던 투자 축이 패키징과 테스트까지 확장되며, 반도체 제조 전 단계에서 기술 경쟁이 동시에 심화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