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아키텍처 역시 근본적인 변화 국면에 들어섰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Infineon Technologies, 이하 인피니언)가 RISC-V 기반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전략을 공개하며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는 향후 수년 내 RISC-V 기반의 새로운 차량용 MCU 제품군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해당 제품군은 인피니언의 주력 AURIX 포트폴리오에 추가되며, 기존 TriCore와 Arm 기반 제품군을 포함한 멀티 아키텍처 전략을 한층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제품 라인업 확대를 넘어, SDV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아키텍처 전략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차량 내부 구조가 기존 분산형에서 존(zonal) 기반의 중앙집중형 구조로 이동하면서, 수십 개의 MCU를 통합하는 고성능, 고확장성 컴퓨팅 플랫폼에 대한 요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 시스템은 센서 데이터 처리, 실시간 제어, 네트워킹, 보안 기능까지 동시에 요구되면서 복잡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일 아키텍처 기반에서 다양한 성능 요구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해졌으며, 이러한 배경에서 RISC-V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개방형 아키텍처로 전환…RISC-V 부상
RISC-V는 개방형 명령어 세트 구조를 기반으로 커스터마이제이션이 가능하며, 특정 IP에 대한 종속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공급망 리스크와 로열티 비용, 보안 이슈에 대한 대응 측면에서 장점이 부각되며, 자동차 산업에서도 채택이 확대되는 추세다.
▲ 인피니언의 오토모티브 마이크로컨트롤러 사업부문 토마스 뵘(Thomas Boehm) 수석 부사장과
인피니언 코리아 오토모티브 사업부 기술총괄 최재홍 부사장
인피니언의 오토모티브 마이크로컨트롤러 사업부문 수석 부사장인 토마스 뵘(Thomas Boehm)은 “SDV 아키텍처로의 전환은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근본적인 재설계를 요구한다.”며 “중앙집중형 컴퓨팅, 고속 네트워킹, 기능 안전, 지능형 전력 분배 등 새로운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확장 가능한 MCU 플랫폼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인피니언 코리아 오토모티브 사업부 기술총괄 최재홍 부사장은 “SDV 확산으로 차량 아키텍처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RISC-V는 안전과 보안, 확장성, 그리고 개발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라며 “특정 IP 의존도를 낮추고 시스템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시장 1위 기반으로 ‘플랫폼 경쟁’ 본격화
인피니언은 글로벌 자동차 반도체 시장과 MCU 분야에서 모두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선도 기업이다. 이러한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차세대 아키텍처 전환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인피니언은 RISC-V 기반 플랫폼 개발과 함께 소프트웨어 생태계 확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퀸타우리스(Quintauris) 협력체를 통해 업계 주요 기업들과 협력하며 표준화와 상용화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또한 하드웨어 출시 전부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가상 프로토타입(Virtual Prototype)'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솔루션을 파트너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사는 실제 하드웨어 출시 전 미리 소프트웨어 스택을 최적화하는 '시프트-레프트(Shift-left)' 전략을 실현하고, 최종 제품의 시장 출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차량용 반도체 경쟁이 단순한 칩 성능을 넘어 플랫폼과 생태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SDV와 AI 기반 차량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개방성과 확장성을 갖춘 아키텍처 확보 여부가 향후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인피니언의 이번 RISC-V 전략은 제품 출시를 넘어 자동차 반도체 시장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존 폐쇄형 구조에서 벗어나 개방형 생태계로 전환되는 흐름 속에서, RISC-V 기반 플랫폼이 차세대 차량용 컴퓨팅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