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CES 2026 기조연설을 통해 인공지능이 더 이상 특정 산업이나 기기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영역과 모든 디바이스로 확장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AI의 등장은 가속 컴퓨팅을 현실화했고, 그 결과 컴퓨팅의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편됐다”며, 지난 10년간 약 10조 달러 규모의 기존 컴퓨팅이 새로운 방식으로 현대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는 단일 기술이나 제품이 아닌, AI 인프라·모델·소프트웨어·물리적 세계까지 아우르는 전체 시스템 관점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데이터센터에서 개인의 책상, 그리고 실제 산업 현장과 도로 위의 자율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AI가 작동하는 범위는 급격히 넓어지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이를 하나의 연결된 구조로 설명했다.
요타 스케일로 향하는 컴퓨팅 인프라의 전환
젠슨 황 CEO는 AI 도입 가속으로 인해 글로벌 컴퓨팅 인프라가 약 100제타플롭스 규모에서 향후 5년 내 10요타플롭스 이상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건으로 원시 성능을 넘어선 시스템 차원의 설계 전환을 제시했다. 칩, 트레이, 랙, 네트워킹, 스토리지, 소프트웨어를 개별적으로 최적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구성 요소를 함께 설계하는 고도의 공동 설계(co-design)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차세대 플랫폼 구상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가속기와 CPU, 네트워크, 스토리지를 단일 구조로 통합하고, 수천 개의 가속기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동작하게 하는 랙-스케일 접근은 요타 스케일 AI 인프라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됐다. 황 CEO는 이러한 구조적 혁신이 AI 학습과 추론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대규모 AI 배포를 경제적으로 가능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모두를 위한 오픈 모델과 글로벌 지능 생태계
엔비디아의 또 다른 핵심 메시지는 모두에게 열려 있는 AI 모델 생태계였다.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 슈퍼컴퓨터에서 훈련된 오픈 모델들이 의료, 기후 과학, 로보틱스, 임베디드 인텔리전스, 자율주행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제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과 산업, 국가 모두가 이 AI 혁명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구축하고 있다”며, 누구나 모델을 생성·평가·배포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오픈 모델 전략은 AI 기술을 소수의 거대 기업이나 특정 산업에 한정하지 않고, 전 세계 개발자와 조직이 활용할 수 있는 글로벌 지능 생태계로 확장하려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황 CEO는 모델이 점점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활용 사례와 다운로드 수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슈퍼컴퓨터를 넘어 개인과 조직의 책상으로
AI의 활용 무대는 더 이상 대형 데이터센터에만 머물지 않는다. 젠슨 황 CEO는 AI가 개인화된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로컬 환경에서도 강력한 AI 에이전트가 동작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용 데스크톱 환경에서 실행되는 AI 에이전트가 로봇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데모를 통해, 오픈 모델과 로컬 실행이 결합된 AI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는 점차 인터페이스 그 자체로 자리 잡고 있다. 황 CEO는 “에이전틱 시스템은 곧 인터페이스”라며, 다양한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와 업무 환경에 AI를 자연스럽게 통합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과 시스템 사이의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리적 세계로 확장되는 피지컬 AI
엔비디아가 제시한 미래 청사진의 중요한 축은 피지컬 AI다. AI는 이제 가상 세계를 넘어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와 로봇, 산업 자동화가 그 중심에 있다. 황 CEO는 센서 입력을 기반으로 단순히 반응하는 수준을 넘어, 앞으로의 행동을 추론하는 AI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접근은 실제 세계에서 작동하기 전, 가상 환경에서 대규모 시뮬레이션과 학습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그는 복잡한 도시 교통 환경에서 AI가 상황을 이해하고 매끄럽게 주행하는 사례를 통해, 자율 시스템이 단순 자동화를 넘어 ‘이해하고 판단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기업으로의 진화
기조연설 말미에서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의 역할 변화를 분명히 했다. 그는 “AI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최적화된 풀스택이 필요하며, 이제 우리는 전체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말했다. 이는 개별 칩이나 소프트웨어 공급자를 넘어, AI 시대를 위한 컴퓨팅 구조 자체를 설계하는 기업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엔비디아가 CES 2026에서 제시한 메시지는 명확하다. AI의 미래는 단일 기술이나 단편적 성능 경쟁이 아니라, 인프라·모델·소프트웨어·물리적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시스템 경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속 컴퓨팅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컴퓨팅 질서가 자리 잡고 있다.